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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자폐 스펙트럼, 다름의 존중, 사회적 편견)

by dailyinfo-lab 2026. 6. 2.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넷플릭스 기준 비영어권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 시간 순위에 이름을 올린 작품입니다. 이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주인공을 내세운 드라마가 이 정도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기대보다 훨씬 강렬하게 와 닿았거든요. 그리고 드라마를 끝까지 보고 나서는 또 다른 의문이 생겼습니다. 우리 사회는 정말 이 드라마가 말하는 것처럼 다름을 존중하고 있는 걸까요?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우영우, 우리가 몰랐던 것들

일반적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Autism Spectrum Disorder)를 가진 사람은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ASD란 사회적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보이며, 반복적인 행동 패턴과 특정 관심사에 대한 강한 집중을 특징으로 하는 신경발달 장애를 의미합니다. 드라마 속 우영우가 매일 같은 김밥만 먹고, 특정 주제가 나오면 고래 이야기를 멈추지 못하는 장면들이 바로 이 특성을 보여주는 장면들이죠.

제가 직접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우영우의 반향어(Echolalia) 장면이었습니다. 반향어란 다른 사람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현상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의사소통 방식 중 하나입니다. 드라마 초반에 우영우가 누군가의 말을 그대로 되풀이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처음에는 그냥 지나쳤다가 나중에서야 그것이 얼마나 세심하게 표현된 설정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발달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자폐성 장애 등록 인원은 2023년 기준 약 3만 7천 명 수준이며, 이 중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비율은 전체 장애인 평균에 비해 현저히 낮습니다(출처: 보건복지부). 드라마 속 우영우가 로스쿨을 수석 졸업하고도 취업에 번번이 실패하는 장면이 단순한 극적 장치가 아니라는 걸 이 수치가 말해줍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공감했던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당사자의 내면을 단순히 '불쌍한 존재'가 아닌 능동적 주체로 그린 점
  • 장애인 부모의 불안과 걱정을 과장 없이 담담하게 묘사한 점
  • 우영우가 스스로 자신의 장애를 설명하고 변론에 활용하는 주체적인 장면들

학창시절의 기억과 다름의 감각

일반적으로 혼자 있는 사람은 혼자가 편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게 믿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중학교 시절, 점심시간마다 저는 친구들이 웃고 떠드는 무리에서 조금 벗어난 자리에 앉아 있곤 했습니다. 싫었던 게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너무 끼고 싶었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들어가야 할지를 몰랐던 겁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이 지나면, 결국 혼자가 익숙해졌습니다. 그게 불편한 고독이었는데, 남들 눈에는 혼자가 편한 사람처럼 보였겠지요.

드라마를 보면서 그 감각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우영우가 회전문 앞에서 멈춰 서는 장면, 법정에서 첫 마디를 꺼내지 못하는 장면. 물론 저와 우영우의 상황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하지만 사람들 속에서 혼자라는 감각, 들어가고 싶은데 어떻게 들어가야 할지 모르는 그 순간만큼은 조금 비슷하게 느껴졌습니다.

사회적 의사소통(Social Communication)이란 상황에 맞는 언어와 비언어적 신호를 조율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 능력이 다른 방식으로 발달했을 때, 사람들은 종종 그것을 결핍으로 판단합니다. 하지만 방식이 다른 것과 부족한 것은 같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지점이 바로 여기였습니다.

사회는 정말 다름을 존중하는가

일반적으로 현대 사회는 다양성을 존중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기업들은 DE&I(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 정책을 앞세우고, 정부는 장애인 고용 촉진 제도를 운영합니다. 여기서 DE&I란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의 약자로, 인종·성별·장애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구성원이 동등하게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조직 문화 원칙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드라마 속에서 우영우를 향한 시선 중 상당수는 그녀의 능력이 드러난 이후에야 달라졌거든요. 처음 한바다 법무법인에 출근하던 날, 주변의 반응은 경계와 불편함이었습니다. 인정이 시작된 건 첫 재판에서 실력을 증명한 다음부터였죠. 제 경험상 이건 드라마 속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다름은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기보다는 무언가를 증명한 이후에야 용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다름이 특별한 성과를 만들어내면 "개성"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이상함"이 됩니다. 제가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오래 걸렸던 질문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우영우가 천재가 아니었다면, 사람들은 그녀를 지금과 똑같이 대했을까요?

장애인 고용 측면에서도 이 간극은 수치로 확인됩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민간 기업의 장애인 의무 고용률 준수 비율은 여전히 절반을 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출처: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장애 인식이 높아졌다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숫자는 좀처럼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존중한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봅니다. 이해해야만 존중할 수 있는 건 아닐 겁니다.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 그것이 진짜 존중에 가장 가까운 형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건 감동적인 법정 장면 때문만이 아닙니다. 드라마를 보고 난 뒤에도 질문이 남기 때문입니다. 사회는 정말 다름을 존중하고 있는가, 아니면 다름을 존중한다고 말하는 법만 배우고 있는가. 이 드라마를 아직 보지 않은 분이라면, 그 질문을 직접 느껴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youtu.be/RZj6oDf_pqY?si=7uvd8XKqHCvYZt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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