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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어게인으로 본 어른의 도전 (학창시절, 회피심리, 선택의 후회)

by dailyinfo-lab 2026. 6. 6.

다시 18살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까요? 드라마 《18 어게인》을 보면서 저는 그 질문에 생각보다 쉽게 답을 못 냈습니다. 학창시절에는 어른이 되면 모든 고민이 사라질 줄 알았고, 어른이 되고 나서는 그 시절을 그리워했습니다. 이 드라마는 그 모순을 정면으로 건드립니다.

우리가 학창시절을 그리워하는 진짜 이유

저는 학생 때 어른이 되는 것을 굉장히 기다렸습니다. 시험도, 숙제도, 선생님 눈치도 없는 삶이 올 거라고 믿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사회에 나와보니 고민의 종류만 바뀌었을 뿐, 고민의 무게는 오히려 더 무거워졌습니다. 취업 걱정, 인간관계 스트레스, 미래에 대한 불안. 학생 때는 상상도 못 한 형태의 압박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 현상을 '장밋빛 회상 편향(Rosy Retrospection)'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장밋빛 회상 편향이란 과거의 경험을 실제보다 더 긍정적으로 기억하는 인지적 왜곡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힘들었던 학창시절도 시간이 지나면 좋은 기억만 남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감정이 생깁니다.

드라마 속 주인공 홍대영도 처음에는 젊어진 몸으로 못 이뤘던 농구 선수의 꿈을 다시 잡으려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가 가장 원했던 것이 꿈의 성취가 아니라, 가족과 함께한 평범한 순간들이었다는 걸 깨닫습니다. 아이가 처음 걷던 날, 아이가 처음으로 "아빠"라고 불러주던 순간. 그 장면이 저한테는 꽤 오래 남았습니다. 제가 직접 비슷한 감정을 느껴봤기 때문입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넘겨버렸던 소소한 순간들이, 나중에야 제일 소중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렇다고 학창시절이 실제로 더 행복한 시기였냐는 질문에는 쉽게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그때를 그리워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솔직히 그리운 건 그 시절 자체가 아니라 그 시절의 사람들과 감각이라고 생각합니다. 별것 아닌 일에 크게 웃던 친구들, 미래 걱정 없이 현재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그 감각. 그게 없어진 게 아쉬운 것이지, 시험과 입시를 다시 겪고 싶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실제로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성인 응답자 중 약 61%가 "현재보다 과거가 더 행복했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동시에 같은 조사에서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응답은 절반 이하에 그쳤습니다(출처: 한국갤럽). 기억과 현실 사이에 꽤 큰 간극이 있다는 뜻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도전이 무서워지는 이유, 회피심리인가 현실인가

드라마를 보면서 제가 가장 크게 의문을 품었던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왜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게 될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릴 때는 실패해도 "다음에 잘하면 돼"라고 쉽게 털어냈습니다. 하지만 서른이 넘고, 사회적 책임이 생기면서부터는 실패에 대한 계산이 먼저 앞섭니다. 이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손실 회피 편향(Loss Aversion)'이라고 설명합니다. 손실 회피 편향이란 같은 크기의 이익보다 손실을 훨씬 더 크게 체감하는 심리 경향으로, 어른이 될수록 도전보다 현상 유지를 선택하게 만드는 핵심 기제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꽤 정확한 설명입니다. 저도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려고 할 때마다 "이 나이에?", "실패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처음에는 현실적 판단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그 계산이 그냥 두려움을 포장한 것일 수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나이 드는 것보다 '내가 겁쟁이가 됐다'는 사실이 더 당혹스러웠거든요.

드라마에서 홍대영이 두 달째 연습에 나와 팀에 합류하려 애쓰는 장면이 있습니다. 주변에서는 "어린 선수들을 이기기 힘들다"고 말리지만, 그는 계속 나옵니다. 그리고 결국 감독의 허락을 받아냅니다. 그 장면에서 많은 분들이 응원하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가 포기해버린 무언가를 그가 대신 밀고 나가고 있기 때문 아닐까요.

도전에 관해 나이를 이유로 드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는 나이보다 환경과 마인드셋이 더 결정적이라고 봅니다. 나이 마흔에 자격증을 따고, 오십에 새 사업을 시작한 사례는 실제로 많습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40대 이상의 직업 전환 시도가 최근 10년간 꾸준히 증가해 왔으며, 그 성공률도 20대와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도전을 가로막는 심리적 장벽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손실 회피 편향: 실패를 이익보다 크게 느끼는 인지 왜곡
  • 사회적 비교 심리: 또래와의 비교에서 오는 열등감
  • 매몰 비용 오류(Sunk Cost Fallacy): 이미 투자한 시간과 돈 때문에 방향을 못 바꾸는 심리. 여기서 매몰 비용 오류란 이미 회수할 수 없는 과거의 투자에 집착해 합리적 선택을 방해받는 현상을 뜻합니다.
  • 완벽주의적 기대: 잘 못할 바에는 아예 시작하지 않으려는 태도

제 경험상 이 네 가지 중 하나라도 있으면, 사람은 도전을 미루게 됩니다. 드라마 속 인물들도 결국 이 장벽들을 하나씩 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늦었다고 느껴도, 일단 움직이는 것. 그게 드라마가 가장 강하게 말하는 메시지인 것 같습니다.

드라마 《18 어게인》을 보고 나서 가장 남는 건 결말보다 과정입니다. 꿈을 이뤘느냐보다 어떤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느냐가 중요하다는 이야기.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 누군가가 그리워할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도전을 미루는 이유가 나이나 현실이 아니라 두려움이라면, 그 두려움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먼저일지도 모릅니다. 저도 이 드라마 덕분에 미뤄두고 있던 일 하나를 다시 꺼내게 됐습니다. 작은 시작이지만, 그게 이 드라마가 준 가장 실질적인 선물이었습니다.


참고: https://youtu.be/PkTirJ3ECMM?si=0N0XkJ5ayeK1OQ2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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