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68 학교 2013으로 돌아본 교육 (성적 압박, 경쟁 교육, 교권 추락) 시험 결과가 나오는 날이면 교실 분위기가 묘하게 달라졌습니다. 누군가는 조용히 성적표를 접어 넣고, 누군가는 친구 점수를 흘끗 확인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점수 한 줄이 그날 하루 기분을 통째로 결정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학교 2013》을 보면서 그 시절이 선명하게 떠올랐습니다.성적표 한 장이 나를 정의하던 시절드라마 속 학생들이 선생님보다 학원 강사의 황금 노트에 열광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저 모습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당시 저에게도 시험 점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었습니다. 반에서 몇 등인지, 친구보다 높은지 낮은지가 그날의 자존감을 좌우했습니다.교육심리학에서 말하는 외재적 동기(Extrinsic Motivation)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외재적 동기란 칭찬, 점수, .. 2026. 6. 13. 뿌리깊은나무 (누군가의 도움, 변화의 저항, 훈민정음) 솔직히 저는 한글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냥 위대한 왕이 혼자 만든 것이라는 막연한 인상만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뿌리깊은 나무》를 보다가 불현듯 그 생각이 완전히 뒤집혔고, 동시에 저 자신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까막눈이 보면 뭐 합니까 — 한글 창제의 결정적 계기드라마 속 장면 하나가 유독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역병이 도는데 방을 붙여도 백성들이 읽지 못하는 상황, 세종이 관리에게 "병에 대비하라는 방을 보지 못했느냐"고 묻자 돌아오는 대답이 "까막눈이 보면 뭐 합니까"였습니다.까막눈이란 문자를 전혀 읽지 못하는 상태를 뜻하는 말입니다. 쉽게 말해 문맹(文盲)입니다. 조선 시대 백성 대부분이 이 상태였습니다. 한자(漢字)는 수천 자를 외워야 기본적인 읽고 쓰기.. 2026. 6. 13. 리틀 포레스트 (죄책감, 생산성, 번아웃) 쉬고 있는데도 마음이 쉬지 못했던 적이 있으신가요? 저도 한때 그랬습니다. 아무것도 안 한 하루가 끝나면 이유 없이 불안했고, 침대에 누워 있으면서도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리틀 포레스트》를 보고 나서야 그 불안의 정체가 뭔지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쉬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이유솔직히 처음 이 영화를 틀었을 때는 별 기대가 없었습니다. 사건도 없고, 갈등도 없고, 그냥 시골에서 밥 해 먹는 장면이 이어지는 영화라고 들었거든요. 그런데 보다 보니 어느 순간 눈물이 차오르는 게 느껴졌습니다. 주인공이 무를 썰고 배추국을 끓이는 그 잔잔한 장면에서요.그 감정이 뭔지 생각해 봤더니, 이건 영화에 대한 감동이 아니라 저 자신에 대한 연민이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얼마나 쉬지 .. 2026. 6. 12. 라이프 드라마 (현실과이상, 의료공정성, 공공의료) 솔직히 저는 《라이프》를 처음 틀었을 때 그냥 병원 배경의 멜로드라마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첫 회부터 병원 원장의 석연찮은 죽음, 사업가 출신 사장의 부임, 의사 집단과의 정면충돌이 이어지면서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이 드라마는 단순한 의학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아무도 쉽게 정답을 말하지 못하는 이야기였습니다.현실과 이상, 어느 쪽이 더 맞는 걸까제가 처음 사회에 나왔을 때 가장 당황했던 것은, 제가 옳다고 생각했던 방식이 현장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을 때였습니다. 열심히 하면 인정받는다고 믿었는데, 실제로는 성과 지표(KPI, Key Performance Indicator)가 더 중요했습니다. KPI란 조직이 목표를 달성하는 정도를 수치로 측정하는 지표로, 쉽게 말해 "얼마나 결과.. 2026. 6. 12. 완벽한 타인 (타인 이해, 자기노출, 관계 착각) 저도 처음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사람이 꽤 오래 혼자 고민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을 때, 머릿속이 잠깐 멈추는 느낌이었습니다. 영화 《완벽한 타인》을 보면서 그 기억이 그대로 다시 떠올랐습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서로를 이해했다는 착각이 얼마나 쉽게 균열을 만드는지를 이 영화는 꽤 날카롭게 짚어냅니다.핸드폰 한 대가 드러내는 자기노출의 경계영화 속 장면 중에서 제가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건, 친구들이 식탁 위에 핸드폰을 올려두고 오는 연락을 모두 공유하는 '게임'을 시작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처음엔 "비밀 없으면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하는 가벼운 분위기였는데, 그 이후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죠. 직접 겪어보니, 사람이 '숨.. 2026. 6. 11. 38사기동대로 보는 공정 (규칙 적용, 기회 평등, 사회 신뢰) 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규칙이란 게 누구에게나 똑같이 작동한다고 믿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배웠고, 그 믿음을 의심할 이유가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38사기동대》를 보면서 그 믿음이 얼마나 단순했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세금 징수관과 전과 5범 사기꾼이 손을 잡고 고액 체납자를 상대하는 이 드라마는, 단순한 통쾌함 이상의 질문을 던집니다.같은 규칙인데 왜 결과가 다를까《38사기동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는 세금 징수관 백성일이 무려 57억 7천만 원의 체납 세금을 안고 있는 마진석을 상대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법대로라면 간단히 해결될 것처럼 보이는 문제가,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마진석은 22개 법인 어디에도 자기 이름을 올려두지 않은 채 재산을 운용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명.. 2026. 6. 11. 이전 1 ··· 3 4 5 6 7 8 9 ··· 1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