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68 나빌레라 박인환 (늦은 도전, 꿈의 유통기한, 포기의 심리) 드라마 《나빌레라》에서 70대 노인이 발레를 시작하는 장면을 처음 봤을 때, 저는 솔직히 "저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인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박인환 배우가 연기한 심덕출이라는 인물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 순간 제 자신의 이야기를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꿈을 향한 도전보다 '늦었다'는 자기 검열이 먼저 작동했던 순간들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70대 발레리노가 던지는 질문, 늦은 도전이란 무엇인가심덕출은 극 중에서 발레단의 첫 내한 공연을 보고 어린 시절의 꿈을 다시 소환합니다. 그리고 발레 연습실을 찾아가 "거절 한마디로 포기할 생각이었으면 보지도 않았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 대사가 드라마 전체에서 가장 날카로운 문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기효능감(Self-E.. 2026. 6. 7. 무브 투 헤븐 (유품정리, 고독사, 하지 못한 말) 죽은 사람의 물건이 살아 있는 사람보다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무브 투 헤븐》을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품정리라는 소재를 통해 고독사와 단절, 그리고 전하지 못한 말의 무게를 담아낸 이 작품은 저에게 생각보다 훨씬 오래 남았습니다.유품정리사가 들려주는 죽음의 뒷면유품정리(遺品整理)란 고인이 생전에 사용하던 물건과 공간을 정리하는 일을 말합니다. 단순한 청소나 이사와는 다르게, 그 사람의 삶의 흔적을 직접 손으로 만지는 작업입니다. 《무브 투 헤븐》의 주인공 한그루는 바로 이 일을 아버지와 함께 하는 스무 살 청년입니다.그루는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 Syndrome)을 가진 인물로 그려집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이란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 2026. 6. 7. 역도요정 김복주 (자존감, 재능과 노력, 성장) 솔직히 저는 이 드라마를 처음 볼 때 단순한 로맨스물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역도라는 소재가 낯설었고, 주인공이 살을 빼려는 이야기가 가볍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보다 보니 자꾸 제 이야기가 겹쳐 보였고, 끝날 때쯤엔 생각할 거리가 꽤 많이 남았습니다.비교가 습관이 되면 자존감이 무너진다일반적으로 비교는 동기부여가 된다고들 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믿었습니다. 남보다 뒤처지는 게 보이면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비교가 성장의 자극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그건 어느 선까지만 맞는 말이었습니다.학창시절부터 저는 주변 사람과 저를 끊임없이 비교했습니다. 성적, 외모, 말솜씨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누군가와 견줘보는 게 습관이 되어 있었습니다. 처음엔 그 비교가 자극이 되는 것 .. 2026. 6. 6. 18 어게인으로 본 어른의 도전 (학창시절, 회피심리, 선택의 후회) 다시 18살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까요? 드라마 《18 어게인》을 보면서 저는 그 질문에 생각보다 쉽게 답을 못 냈습니다. 학창시절에는 어른이 되면 모든 고민이 사라질 줄 알았고, 어른이 되고 나서는 그 시절을 그리워했습니다. 이 드라마는 그 모순을 정면으로 건드립니다.우리가 학창시절을 그리워하는 진짜 이유저는 학생 때 어른이 되는 것을 굉장히 기다렸습니다. 시험도, 숙제도, 선생님 눈치도 없는 삶이 올 거라고 믿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사회에 나와보니 고민의 종류만 바뀌었을 뿐, 고민의 무게는 오히려 더 무거워졌습니다. 취업 걱정, 인간관계 스트레스, 미래에 대한 불안. 학생 때는 상상도 못 한 형태의 압박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심리학에서는 이 현상을 '장밋빛 회상 편향(Rosy Retrospe.. 2026. 6. 6. 소년심판 (촉법소년, 피해자, 소년법) 솔직히 저는 《소년심판》을 보기 전까지, 소년법이 이렇게 구체적으로 범죄 피해자의 삶과 충돌할 수 있다는 걸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드라마를 보고 나서야 학창 시절 스쳐 지나갔던 한 기억이 선명하게 되살아났고, 그때 미처 정리하지 못했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올라오는 느낌이었습니다.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그냥 넘어갔던 일중학교 때였습니다. 학교에서 한 학생이 꽤 심각한 잘못을 저질렀다는 소문이 돌았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그 이야기가 한동안 끊이지 않았습니다. 저도 처음엔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그런데 며칠 뒤 들려온 이야기는 달랐습니다. 선생님들이 "아직 어리니까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했다"고 했고, 그걸로 사건은 흐지부지 마무리됐습니다. 제가 직접 피해를 입은 상황은 아니.. 2026. 6. 5. 엉클 드라마 (비교심리, 실패인식, 자기서사) 솔직히 저는 이 드라마를 처음에 그냥 가볍게 틀었습니다. 종편에서 5주 연속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는 말에 반신반의했거든요. 그런데 보다 보니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10년차 무명 뮤지션과 갑자기 맡게 된 조카 사이의 이야기인데, 제가 오래전에 묻어뒀던 감정들이 계속 건드려졌습니다.비교심리, 그게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모르겠습니다저도 한때 SNS를 열 때마다 숨이 막혔습니다. 친구는 승진했고, 동창은 해외에 있고, 누군가는 또 집을 샀습니다. 논리적으로는 "각자 속도가 다르다"는 걸 알면서도, 감정은 전혀 다르게 반응했습니다. 그게 바로 사회비교이론(Social Comparison Theory)이 설명하는 현상입니다. 여기서 사회비교이론이란 인간이 자신의 능력과 의견을 타인과 비교해 평가하려는 본능적 경향.. 2026. 6. 5. 이전 1 ··· 5 6 7 8 9 10 11 12 다음